하늘을 우러르는 솥
가마솥을 하늘로 향하게 놓은 것처럼 생긴 해시계가 있어요. 이름은 앙부일구예요. 솥 안쪽에 그어진 줄 위로 바늘 그림자가 떨어지면, 지금 시각과 오늘의 절기를 한꺼번에 읽을 수 있었어요.
한 줄로 말하면솥 모양 해시계 앙부일구는 그림자 끝으로 시각과 절기를 함께 알려 줬어요.
13줄앙부일구 솥 안에 새긴 절기선(가로줄)의 수 (국가유산청)
라는 이름은 «솥이 하늘을 우러르고 있다»는 뜻이에요. 국가유산청 설명에 따르면 1434년(세종 16)에 장영실·이천 등이 왕의 명령에 따라 처음 만들었어요.
그해 10월에는 종묘 앞과 혜정교 두 곳에 한 대씩 놓았어요. 궁궐 안이 아니라 사람들이 오가는 길가였어요. 그래서 국가유산청은 이것을 우리나라 최초의 공동시계라고 소개해요.
솥 안쪽에는 줄이 바둑판처럼 그어져 있어요. 세로줄은 이에요. 해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면 그림자도 옆으로 옮겨 가서, 어느 세로줄에 닿았는지로 시각을 읽어요.
가로줄은 이에요. 국가유산청은 «마다 태양의 고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림자 길이가 달라지고, 그것을 보고 24절기를 알 수 있다고 설명해요.
해가 높이 뜨는 여름에는 그림자가 짧아요. 해가 낮게 뜨는 겨울에는 그림자가 길어요. 그래서 그림자 끝이 솥 안의 어느 가로줄에 닿는지가 계절마다 달라져요. 하나의 그림자가 시계이면서 달력이었던 셈이에요.
세종 때의 기록에는 글을 모르는 사람도 볼 수 있게 시각 자리에 열두 띠 동물 그림을 그렸다는 내용이 있어요.
세종 때 만든 앙부일구는 지금 남아 있지 않아요. 지금 남은 것은 대부분 17세기 후반 이후에 다시 만든 것이에요. 국립고궁박물관에는 보물로 지정된 앙부일구가 있고, 그 가운데 하나는 2020년에 미국에서 돌아왔어요.
해시계를 볼 때도 해를 똑바로 쳐다보면 안 돼요. 눈이 다칠 수 있어요. 해시계는 해가 아니라 그림자를 보는 도구예요.






